2008년, 비트코인의 시작

비트코인(Bitcoin)은 2008년 당시,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소수의 프로그래머와 암호화 전문가들이 하나 둘 동참하기 시작하며 서서히 기틀을 다져나갔다.

8월 18일. bitcoin.org

2008년 8월 18일 누군가 인터넷 주소 bitcoin.org를 등록했다. 그는 익명 서비스인 Anonymous Speech를 통해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도메인을 등록할 수 있었다. 등록인으로 추정되는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는 철저히 자신을 숨기는 모습을 보이는데 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지 아직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물론 사토시 나카모토도 그의 본명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bitcoin.org는 초기에는 비트코인 공식 웹사이트로 운영되었으나 사토시 나카모토가 관리에서 손을 뗀 뒤로 비트코인 핵심 개발진(Bitcoin core developers)과 비트코인 커뮤니티(Bitcoin community)의 특정 멤버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10월 31일. 비트코인 논문의 공개

비트코인 P2P전자 화폐 문서(Bitcoin P2P e-cash paper)” 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게시물이 등록되었다. 작성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나는 제3의 신뢰기관이 없어도 P2P 만으로 운영되는 새로운 전자 화폐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라는 내용과 함께 PDF 문서를 공개했다.

비트코인 논문으로 불리는 이 문서는 8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임에도 비트코인의 특징과 구현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논문에 포함된 초록(抄錄 : 논문 등의 요약)을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순수한 P2P(peer-to-peer) 방식 전자화폐는 금융 기관을 거치지 않고서도 온라인 송금을 처리할 수 있다.

전자 서명 시스템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중 사용(double-spending)을 방지하기 위해 신뢰성 있는 제3의 기관을 필요로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역시 효율적이라 볼 수 없다.

우리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P2P 네트워크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순차적인 거래 기록은 일정 시간 단위로 암호화(hash)되어 연결되며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는 전체 암호화 작업을 다시 거치지 않는 한 조작이 불가능하다. 길게 연결된 거래 기록, 블록 체인(block chain)은 거래에 대한 증명인 동시에 방대한 컴퓨터 암호화 작업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해커가 선한 의도로 작업하는 컴퓨터 연합을 힘을 능가하지 못하는 한 해킹으로부터 안전하다.

또한 최소의 구성으로 네트워크의 유지가 가능하다. 거래 기록은 다른 공유자들에게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퍼지는 구조이며 노드(node)들은 네트워크에 언제든 접속하거나 떠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작업들이 모여 거대한 기록인 블록 체인의 형태로 네트워크상에서 공유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P2P의 원리를 바탕으로 구현된 가상통화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P2P는 peer-to-peer를 줄인 말인데 peer는 ‘가치나 질이 동등한 것’을 뜻한다. 즉 P2P는 비슷한 것들끼리 상호 연결되는 방식이다. 반대가 되는 개념과 비교하면 훨씬 이해가 쉽다. 서버-클라이언트와 P2P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서버-클라이언트 방식에서는 하나의 서버에 다수의 클라이언트가 연결된다. 이 방식은 서버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반면, P2P 방식은 각각의 개체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고 이들은 동등한 권한을 갖는다.

가장 대표적인 P2P서비스로 비트코렌트(BitTorrent)가 있다. 비트토렌트는 P2P 방식으로 파일을 다운로드 한다. 네트워크의 피어들로부터 파일 조각들을 전송받아 하나의 파일을 만든다. 이와 대비되는 웹하드 서비스는 서버-클라이언트 방식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웹하드 서비스는 서버에 등록된 파일을 단방향으로만 전송한다. 따라서 서버의 파일이 변형되면 이후의 접속자들은 변형된 파일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P2P 방식은 각각의 접속자들이 파일을 개별적으로 소유한 상태에서 이를 공유하기 때문에 누구도 이 파일을 변형할 권한이 없다.

비트코인은 전자 장부인 블록체인을 P2P 방식으로 공유한다. 모두가 동등한 권한으로 장부를 공유하기 때문에 누구도 이를 변조할 권한을 가질 수 없다. 기존의 화폐가 각 국 중앙에서 관리하는 중앙집권적인(centralized) 화폐인데 반해, 비트코인은 참여자 모두가 동등한 자격을 갖는 분권화된(decentralized) 화폐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 시스템을 관리하는 권력은 없지만 네트워크에 연결된 참여자들이 거래를 증명하고 확정하여 공동의 장부에 기입하고, 이 장부를 모두가 공유하기 때문에 절대 권력자 없이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거래를 확인(confirm)하여 장부에 기입하는 방식이 바로 암호화 과정이다. 전체 전산망의 약 10분간의 거래 내용을 네트워크 참여자인 노드들이 암호화하여 하나의 블록으로 확정한다. 이 블록들을 길게 연결한 것을 비트코인 블록 체인이라고 부른다. 비트코인 거래 시 확인(흔히 컨펌이라 부르는)에 약 10분의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가 바로 블록 처리 간격이 약 10분 정도가 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블록 체인은 비트코인이 시작된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거래 기록을 담고 있는 하나의 방대한 공동 장부인 셈이고, 이를 P2P 방식으로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비트코인 시스템이다.

11월 9일. 비트코인 프로젝트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 개발자들에게 저장 공간과 개발 도구 등을 제공하는 SourceForge비트코인 프로젝트가 등록되었다. 나중에 이 공간은 비트코인 소프트웨어의 표준(reference) 프로그램인 Bitcoin Core(초기에는 Bitcoin 이라고 불렸으나 이후 Bitcoin-Qt라고 명칭이 바뀌었고 2014년 0.9 버전부터 Bitcoin Core로 이름이 변경된다)와 거래 기록인 블록 체인 파일, 비트코인 논문 등을 배포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